권오인

천년고도 전주!
한국인이 가고 싶은 10곳 중의 하나로 선정된 한옥마을을 답사하면서 많은 걸 알게 되었다. 후백제의 도읍지였으며, 조선태조의 본향으로 한식과 한복, 한지 등 우리 문화의 참맛이 살아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일본 상인들에 대항해 만들어진 한옥촌은, 세월이 흘러 전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한옥마을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태조의 어진을 모시는 경기전과 천주교의 성지 전동성당, 한류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 전주향교 등에서 우리들 일상의 면면을 만날 수 있었다.

최근 전주한옥마을에서 가장 각광받는 전통체험은 한복체험이다. 한복을 입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게 전통놀이처럼 되었다. 70년대의 교련복장은 물론 학생교복, 한복 등이 다채롭게 어우러져 40년전의 시간여행을 떠나게 하는 곳이다. 규율복장을 하고 거리에서 손을 마주잡고 걷는 연인들, 무사복장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 생활한복에서부터 기생한복, 커플한복까지 젊은층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50,60대의 노년층까지 고운 한복을 입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마치 한복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

이런 곳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다. 전주를 알리고 전주를 소개할 수 있는 사진들. 그 속에서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아내고자 한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또는 휴일이 되면 거리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시끌벅적한 사람들속으로 카메라를 잡고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다.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는 것보다 이번에는 여러장을 연속으로 돌아가면서 촬영하여 파노라마 사진을 추출해 내려 한다. 파노라마 작업을 하면서 보통때보다 힘이 서너배는 더 들지만 전주한옥마을을 알리고 한옥마을에서 자유롭게 거닐던 사람들의 일상을 파노라마라는 프레임으로 구현해 보는 것 자체가 행복이면서 영광이다.

김재남

고창 고인돌유적

세계적인 유산이 우리 전라북도에 위치한다는 것만으로도 역사적 숨결을 느낄 수 있으며 그 역사의 흐름 가까이에 우리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고인돌의 역사를 단순히 현재의 시간과 공간속에 가두어 프레임에 담는 작업이 아닌, 시간의 변화와 공간의 변화, 그리고 사람과의 여정 속에서 교차되어 만들어지는 순간 들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비록 사진 속에 긴 역사를 다 담아내지는 못하겠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여러 순간들을 만들어내서 고인돌의 위대함, 묵묵함, 친근함, 포근함, 등 사람과 멀리 떨어져 아무 말없이 있는 단순한 고고학적인 돌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하는 동반의 대상임을 표현하려했다.

김정님

카르마와 윤회와 깨달음과 자비의 종교.
불교는 인간 중심적이며 생활 속의 철학이기도 하다.
인간은 태어나서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에 시달리지만 누구나 수행을 통해 부처가 될 수 있으며 해탈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세의 수십억의 인구 중 누가 깨달음을 얻어 그 경지를 이룰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의 실상이다.
내 마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따라 간다.

김주희

천주교의 공소는 본당보다 작은 단위를 일컫는 곳으로 한국 최초의 첫 모습이다. 한국 천주교회의 반 이상이 공소시대로 천주교회의 모태이며, 과거 한국 천주교가 박해를 피해 성장하는데 뿌리 역할을 해온 곳이다. “하느님의 빛”은 그 당시 하느님을 찾아 떠난 이들의 발자취를 빛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공소에서 느껴지는 하느님의 빛을 찾는 고해의 과정으로 인간의 눈에 비춰지는 하느님의 존재보다는 정신적으로 보여지는 하느님의 형상이다. 결국 하느님의 형상은 영적인 존재로 빛의 그림자에 드리워진 하느님의 빛이다.

오영기

양반의 도시, 술 좋아하는 도시 전주

양반들이 모여 살던 교동을 중심으로 숙취 해소에 탁월한 콩나물국밥이 발달했다.
요리하는 방식에 따라 달리 불리는 콩나물국밥은 그 중 남부시장식이 유명하다.
투박한 뚝배기에 식은 밥을 준비하고 따뜻한 멸치국물에 적시고 붓고를 반복하는 토렴법으로 식은 밥의 냄새를 없애고, 밥알에 따뜻한 국물이 배이게 한다.
촉촉이 국물이 배인 밥위에 마늘 고춧가루 신 김치를 얹고 그 위에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을 가득 얹고 다시 따뜻한 국물을 부어 손님에게 내어 놓는다. 

애주가들은 계피와 흑설탕을 넣고 막걸리를 끓인 모주를 한 잔 하면서 술로 지친 몸을 풀어주기도 한다.

오랜 세월 애주가의 속을 달려온 전주 콩나물 국밥
그 전통 맛의 현장을 담아보았다.

유니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은 전주시의 한옥마을…
옛 한옥 모습이 여전히 남아있긴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변화가 와 어느 순간부터 상업화가 깊숙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런 도심 속의 한옥 마을을 보면 복잡하고 답답하게 느낄 때도 있지만 자연과 어우러져 한옥만의 아름다움을 빛내는 모습을 보면 평화를 느끼게 된다.

유혜숙

미륵신앙은 미륵불을 주불로 하는 불교신앙이다. 이 고장에서는 백제시대 익산 미륵사를 중심으로 통일신라시대 김제 금산사를 거쳐 고려시대 선운산 도솔암 마애불에 이르기까지 이어졌고 타 지방에도 많은 확산을 가져왔으며 조선시대 억불숭유정책에도 불구하고 미륵은 민간 신앙으로 깊이 자리 전통사상을 형성하여 구한말 이 고장에서 발생하는 신흥종교들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번 로칼 문화사진전에서는 대표적이거나 독특한 미륵신앙의 이미지를 소개하여 핍박한 현실 에서 구원되기를 열망했던 흔적을 함께 나누고 경험하는 장을 기획하였다.

장준오

남부시장에서

우리는 매일 건강한 밥상을 아내, 어머니 또는 그 외의 가족 구성원들에 의해서 받고 있다. 밖에서 사먹는 밥보다 집에서 먹는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가족을 위해서 엄선하여 꼼꼼히 고른 음식의 재료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일 식탁에 올라오는 식탁의 풍성함이 어디서 오는지 보고자 카메라를 들었다. 싱싱한 생선, 배추, 고추, 대파 등등 새벽시장에 나오는 신선한 식재료들을 직접 보고, 시장의 활기차고 시끌벅적한 소리를 들으며 우리의 음식의 주 재료를 사진에 담았다. 어떤 것은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생김새를 한 것도 있고, 또 오래간만에 만나는 여러 가지 재료들을 보며 오랜만에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 시장에 나왔던 추억을 회상했던 시간 이였다. 아직 가공되지 않은, 손 타지 않은 재료들이지만 곧 누군가에 의해 맛있게 요리될 순간을 기다리는 재료들을 그냥 편안하게 새벽시장을 걷듯이 봐줬으면 좋겠다.

황태문

Holiday in Jeonju

2016년, 본 작가는 요 몇 해 사이 전주 한옥마을을 휩쓸고 있는 한복 등 의상 코스플레에 대한 작업을 하여 전주로컬문화사진전에 전시한 바 있다. 새롭게 형성된 이 일일코스플레(이렇게 칭한 건 계획적․체계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정통 코스플레와 구별하기 위함임) 현상은 세대상 주로 젊은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작가가 주목한 건 남녀 커플들이었는데 이들은 오늘 하루를 일상에서 벗어나 코스플레의 시간을 즐기며 나 아닌 다른 자아로 주어진 시간을 보낸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촬영하여 기록함은 물론 그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스스로 모델이며 스스로 사진가가 되는 상호주관적 역할을 잘 해내며 하루를 향유하고 있었다.
컨템퍼러리 예술의 지향점 중 하나는 중심만큼이나 주변이 중요하며 작가와 관람객의 지위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던아트에서와 같은 작가의 절대적 권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작업 결과뿐 아니라 그 과정도 중요하다고 본다.
작가는 이와 같은 시각으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전주한옥마을의 일일코스플레 현상에 대해 사진적인 접근을 하였다. 이미 스스로 모델이 될 준비가 되어있는 그들을 모델로 섭외하고 또 스스로 촬영 작가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 그들에게 촬영권을 넘기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작가는 커플 사이나 곁에 끼어들어 그들과 함께 사진적인 유희를 하게 된다.
따라서 본 작가는 그들을 촬영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모델이 되기도 하면서 그들과 ‘전주에서의 휴일’ 한 때를 함께하게 된다.